2024년 11월 3일. /now. 요즘.

Idea for the future: in a few years, check how many /now pages were last updated in May 2024.

일단 /now 페이지 2회차까지는 성공했다. 이 페이지를 만들어 두고 알아차린 점이 있는데, 꽤 큰 일신상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충분히 여길 몇 개월이고 아무 변화 없이 놔둘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말만 /now지 사실 어떤 특별한 시점의 스냅샷과 같은 공간이로군. 근데 달리 말하면, 이곳의 존재와 변화는 2024년 11월 내 삶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는 증거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게 무엇이냐. 나 구직 성공했다.

당분간의 목표

  • 새 회사에 잘 적응하기
  • 새 환경에 잘 적응하기

앞으로의 몇 달은 새로운 일들의 연속일 것 같다. 그 틈바구니에서 최대한 절지 말아야지. 사실 마음 같아선 지금껏 취직 때문에 계속 위축돼 있었던 취미 생활에 액셀을 확 밟아 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당장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24년 11월 3일 오늘도 당일치기로 자취방을 알아보려고 국토 종주 한 번 했다가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버려선 빌빌거리고 있거든. 제한된 내 체력의 분배를 최대한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게다가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 어머니가 넘어지면서 팔을 크게 다치셔서, 게다가 수술 날을 당장 받으려고 했더니 내과 진단 결과 수술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셔서, 며칠 동안 같이 병원 가서 수속하고 처방받고 간호하다 보니 나까지 덩달아 몸살이 나버렸었다. 좋은 일에 따른 이것저것 처리할 일들, 나쁜 일에 따른 이것저것 처리할 일들 한꺼번에 몰려들어서 몇 주 동안 너무 정신이 없었어. 그러니까, 당분간은 괜히 새로운 활동 같은 건 늘리지 말고 얌전히 근신하면서 모든 일이 잘 정리될 때까지 물 흐르듯 살아야겠다. 2~3개월 동안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지.

보충. 하나. 2024년 11월 14일.

그 앞서 알아봤다던 자취방에 입주해 짐을 풀고 있다. 왜 이케아를 가서 왜 직접 조립하겠다고 한 거지 나는. 너무 힘들어. 한달음에 달려와 준 친구 덕분에 침대까지는 일단 설치했는데, 쌓인 짐을 보니 막막하군. 근데 예전 버킷 리스트 중 하나랍시고 말했던 인테리어의 단편을 진행 중이란 생각에 약간의 설렘도 공존한다. 그리고, 이번 이사와 함께 내가 마침내 제대로 된 커스텀 조립 PC를 구매했다는 사실. 이걸로 앞으로 정말 많은 가능성이 열리겠지. 지금 당장은 이케아가 주문받을 땐 언제고 갑자기 재고가 다 떨어졌는지 내 행거를 자기들 마음대로 취소해 버려서 옷가지들이 난장판으로 널브러져 있는 풍경을 바라보는 중이지만. 그리고 옆집 샤워하는 소리가 너무 잘 들리는 것에도 좀 신경이 쓰이지만. 아무튼 설렌다.

보충. 둘. 2024년 12월 21일.

어느덧 입사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만에 워크샵도 다녀왔고, 워크샵에서 뭔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살면서 이 정도 수준으로 취했던 적이 없었는데 내가 어쩌다 그랬지. 앞으로 3개월 정도는 술을 쳐다도 못 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튼 얼마 전엔 블로그 글도 하나 더 써서 올렸고, 1일 1커밋도 계속 유지할 겸 슬슬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근데 이 1일 1커밋 대체 언제까지 하려나 내가. 솔직히 이건 자기개발이 아니라 강박에 더 가깝단 생각도 들거든. 물론 항상 이걸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낫단 결론으로 빠지지만. 그리고 사실 오늘 굳이 이걸 쓰고 있는 이유도 커밋할 거리를 찾지 못해서 (그리고 워크샵 후유증에서 도저히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어서) 그렇거든.

보충. 셋. 2024년 12월 30일.

서울역 가는 KTX 안에서 쓰는 중. 최근 코파일럿이 무료로 풀렸더라. 그래서 옳다구나 vscode에 세팅을 해놨는데, 이런 블로그 글 쓸 때조차 다음 문장을 자동 생성해 버리니 기분이 참 미묘하다. 그리고 좀 사담이지만 이번에 Github Copilot과 Microsoft Copilot은 서로 다르단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최근 있었던 일 중 이런 데다가 자랑할 만한 일을 하나 고르라면... 크리스마스이브에 기부를 한 번 해봤다. 조금 충동적으로 질러버린 면도 있는데, 그 마음가짐을 잘 다듬어서 분기별로 꾸준히 기부하는 걸 시작해보려고 한다. 기부하고 나니까 크리스마스이브에 뭔가 싱숭생숭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거든.

그리고 어제, 2024년 12월 29일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한 달 반 만에 가족 보러 고향 집엘 왔다가 일요일 오전 내내 뉴스를 틀어놓고 멍하니 있었다. 지금도 일기를 쓰다가 멈춰놓고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을 보면서 잠깐 멍을 때렸는데. 아마 요 며칠간의 이미지가 앞으로 몇 년은 기억날 것 같다. 아직도 10년 전에 내가 뭐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거든. 2년 전에 뭐 하고 있었는지도.

처음 /now 페이지를 생각했을 땐 이렇게 보충 의견을 계속 달게 될 줄 몰랐는데, 생각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도 이제 해도 바뀌는데 보충보단 다음엔 새로운 /now 페이지로 찾아와야겠지. 굳이 연말 회고를 여기다가 쓸 생각은 없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