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글을 시작하려니 작년까지 깨작대던 개인 프로젝트가 생각난다. monallog라고, 집단적 독백이란 부제를 달고 진행했었다. 결과적으론 제대로 배포도 못했고, 뭔가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도 안되는 물건이 되버렸지만...
왜 그게 생각이 났나면, 내가 가지고 있는 투 머치 토커 성향이 또 나타나는구나 싶어서. 이놈이 기어코 개발 블로그의 틀을 버티지 못하고 잡담 카테고리를 만들었네.
쭉 회상해보니까... 중학생 시절 만들었던(물론 지금은 폭☆파) 네이버 블로그도 있고, 트위터도 꽤 전 부터 시작했고, 인터넷 커뮤니티 자유 게시판에도 가끔씩 잡담글 적고, 2017년 백수 오픈 베타 시절에도 뭐 개발 할 때 마다 일지 적었고, 결국 저렇게 대놓고 잡담하라고 어필하는 웹서비스 만들려고도 했었고, 심지어는 웹에 올라가지 않는 완전히 개인적인 글도 몇 개 있고, 현재는 이렇게 다시 블로그 하고있다.
이게 뭐 좋다 나쁘다도 아니고, 내 성향을 굳이 거부하려는 것도 아니지. 나는 그냥 나대로, 그래서 이번 글 처럼 완전 쌩 잡담으로 시작해서 어느 정도의 (개발과 관련이 없는) 주제를 가진 글을 앞으로도 좀 써볼 생각이다. 대신 너무 자주 쓰는건 지양하려고.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개발 블로그니까.
MBTI
갑분 MBTI
어... 부제를 저렇게 뱉어놨다 보니까 이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짤방 투척했다.
MBTI를 2010년대 후반의 새로운 혈액형별 성격 유형 분류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여기에 꽤 빠져있는 편이다. 그걸 또 INFJ 특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긴 하던데, '헉 이거 완전 내얘기야...' 한다고. 먼저 말해버렸듯이, 나는 검사 하면 일단 INFJ가 나오긴 한다. 그 결과 지표를 보면 I랑 N은 거의 90%씩 나오는데 F랑 J는 50%에 가깝게 나오더라. 그래서 INFJ... 인가.. 나 INFP 아닌가... 하면서 사는 중.
각 지표들이 전부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할만한 의미는 아니라고 알고있지만, 그래도 좀 쉽게 P랑 J를 구분하는 기준은 역시 일정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 하 이거 또 바람직한 비유는 아닌데,
- 게으르면 P
- 부지런하면 J
이렇게들 생각하고 다니니까..
아, 좀 더 와닿는 설명으로 이런 것도 있었다.
- 프로세스 중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면 P
- 예외 상황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J
근데 자꾸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나의 현 상황
내 언젠간 이 짤을 쓸 날이 오리라 믿고있었지.
심지어 이틀도 안남았다. 2021년 아무것도 안한건 아니지만... 이제 연수과정이 끝나니 다시 백수신세. 마냥 학교 수업 열심히 들으면 나중엔 뭐든 되겠지 싶었던 어린 날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크흠, 너무 암울한 이야기는 좀 치워두고.
시간이 좀 많아졌다. 근데 그게 많다고 막 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에 일가견이 있어 보이던 친구의 조언은 데드라인을 정하는 것이랬는데. 당장 양 손에 시간을 잔뜩 받아들고 나니까 별 위기감이 안든다고 해야할지. 것보다 뭘 해야할지...
이제 뭐하지...?
대학 입시때 진짜 많이 들었던 용어 중 하나가 자기주도학습이었는데, 나는 그걸 진짜 못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는 아주 순종적인 학생이었다. 학교에서야 성적도 중간보다는 높고, 성실한 아이로 보였겠지만,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 만큼 집에서는 절대로 공부하지 않았다. 할 일이 정해지면 딱 그 만큼 하는 사람이었고, 그게 장점일 때도 있었는데 이제와서 내가 알아서 스펙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 코앞으로 찾아오니 몸에서 거부감이 오는 느낌이다.
지금 갖게 된 이 시간은, 사실 아주 오래 전 부터 예고된 운명에 가까운 순간이었던 탓에, 이런 처지에 처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몇 개월 전 부터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나는 있었고, 이 글에서는 이제와서 손가락 빨면서 '이제 뭐하지...?' 고민하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진짜 오래 답을 못내리고 있었다. 가끔씩은 그냥 무시하기도 했고.
갑자기 한 문장의 호흡이 길어진 모양이 나도모르게 다시 암울해진 것 같다. 아무튼 고민을 좀 하면서, '이제 뭐하지...?'라는 질문에 나는 '뭐라도 해야지'라고 답하기로 하였다. 사실 나도 친구들한테는 고민할 시간에 뭐라도 하라고 말하는 편이기도 하고.
P 절반 J 절반의 노션 ToDo 템플릿
이름하야 WAT-2-DO-DURING-THIS-WEEK
그리고 나는 다시 기록병이 도져버렸다. 뭐라도 하자는 어젠다에 따라 노션에 아이디어 노트용 페이지를 만들었고(이건 템플릿 비밀), 추가로 스케줄러 템플릿까지 찾아봤다. 근데 조건을 좀 줬다.
- 목표를 기록할 수 있어야한다.
- 목표를 달성할 때 까지 세부 일정은 그 기간의 나에게 맡긴다.
그러니까 미리 할 일들을 체크박스로 만들어서 세부적으로 다 정하는게 아니라, 목표만 정하고, 나 스스로에 대한 주간/월간 평가를 할 수 있는 템플릿을 구했다.
https://lecor.tistory.com/11
스페셜 땡스 투 인터넷에서 찾은 모 블로그
달력도 들어있고, 매일 칸 마다 내용 적을 수 있고. 구성이 꽤 마음에 들었기에 이 템플릿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대신 내가 정한 조건에 따라 템플릿을 조금 수정했다.
그래서 이렇게 수정한걸 공유 하긴 하는데, 뭐 누가 쓰겠어 이거
근데 이렇게 바꿔놓고 보니까. 이걸 스케줄러라고 하기엔 뭔가 아닌 것 같고. 뭔가 뭔가임.
자 이제 시작이야
이상 있으면 보고해.JPG
사실 진짜 내가 원하는 이 큰 시간을 보내는 내 모습은, 딱히 별 일을 안해도 돈이 넉넉해서 코딩하러 동네 1~2000원 짜리 커피, 작은 카페가 아니라 매일 스타벅스 리저브를 가서 조각 케이크까지 함께 먹어도 앞날이 깜깜하지 않는 것 아니겠나. 딱히 내가 지금 만드는 걸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고..
그래도 현실은 어쩔 수 없는거라, 뭐라도 열심히 해봐야지.